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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반세기 문화·복지가 없다))) - 퍼옴 글의 상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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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단 반세기 문화·복지가 없다))) - 퍼옴
작성자 이강선 등록일 2006-12-30 조회 181
첨부  
술집·노래방·유흥업소에 ‘공단’이 갇혔다

[공단 반세기 문화·복지가 없다] (상)문화 사각지대…‘기계’가 되는 노동자

1962년 울산공단이 최초의 산업단지로 문을 연 이래, 공단의 역사는 곧 반세기로 접어든다. 공단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높아지는 반면 삶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세밑을 맞아, 화려한 네온사인 속에 가려진 공단의 실상을 들여다보았다.

시화공단 인근 정왕동 노래방만 2천여곳, 영화관은 1곳, 단지내 어린이집 2곳 뿐

입주 사업체 4700사, 노동자 8만여명 규모의 국내 최대 중소기업 단지 시화공단에는 어린이집이 단 두 곳이다. 섬유회사 ‘전방’의 직장내 어린이집과 시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그 중 ‘전방’의 어린이집은 이달 말로 문을 닫는다. 시립 어린이집이 넉 달 전 문을 열 때 45명 모집에 100여명이 지원했다. 내년 정원 77명도 이미 다 찼다. 그럴 만도 하다. 지난해 8월께 경기 시흥시가 어린이집 사업계획 단계에서 조사한 공단 노동자들의 보육 대상 아동은 1만3245명이었다.
행정구역상 시화공단과 공단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주택가, 유흥가 등을 포함하고 있는 시흥시 정왕동(인구 14만5천명) 안에 영화관은 단 한 곳이다. 종합복지사회관도 한 곳뿐이다.
시화공단 인근의 이마트 시화점 뒤쪽으로는 반지름 1km에 걸쳐 화려한 유흥지대가 펼쳐져 있다. 현재 시에 신고된 유흥주점 289곳 가운데 75%인 217곳이 이 지역에 몰려 있다. 공식적으로 정왕동의 노래방·단란주점은 180곳이지만 업소 관계자들은 노래방만 2천곳, 노래방 도우미 소개소만 30곳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 9월부터 두 달 가량 이곳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한 김은지(20·가명)씨는 “7층 건물이 통째로 노래방으로만 채워진 건물도 있다”고 말했다.

가까이는 안산 반월공단, 멀게는 서울에서도 원정 오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에는 일본인 관광객의 ‘코스’로 떠오르기도 했다. 김씨는 “한 달에 한두 번꼴로 일본인 관광객을 접대했다”며 “일반적으로 10시간을 일하면 15만원을 버는데 일본인 관광객은 웃돈으로 쉽게 30만원을 건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공단사는 곧 반세기로 접어든다. 하지만 공단문화의 현주소는 노동자를 위한 문화와 복지는 실종되고 소비향락 문화만 발달한 기형적인 모습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려 노동 현장에서 내모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공단은 향락산업 단지?=공단 일대의 유흥문화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경북 구미공단은 엘지·삼성 등 대기업이 많이 입주해 있어 상대적으로 고연봉 노동자들이 많다. 하지만 여가문화는 소비향락 문화를 빼고는 변변한 것이 없다. 엘지전자에 근무하는 김아무개(31)씨는 “워낙 소비 문화가 발달해 대구에서까지 여성 접대부가 건너온다”며 “30만 구미시가 300만 대구시를 먹여살린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공단, 울산공단 등의 일부 성인나이트클럽에서 손님으로 온 주부들에게 남편의 귀가 시간에 ‘대비’해 주요 사업장의 긴급 파업상황이나 야근조 퇴근 시각을 방송으로 알려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울산상공회의소 진흥팀 관계자는 “울산은 외식부문 전국 1위 수준의 대표적 소비도시가 됐지만 저조한 예매율 때문에 예술공연이 몇차례 무산된 적도 있다”며 열악한 문화환경을 걱정했다.
1980년대 노동운동과 함께 자라났던 공단내 공동체 문화도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큰 사업장 놀이패, 풍물패 등은 이제 지원하는 노동자가 없어 맥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노동문화의 산실이었던 구로노동자 문학회는 만들어진 지 18년 만인 지난 2월 말 끝내 문을 닫았다. 몇 해째 신입회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내 동호회도 거의 사라지고, 기업들의 지원도 끊어졌다”고 말했다. 시화공단, 평택공단 두 군데서 모두 근무해 본 박상원(32)씨는 “공단 내에서 직장 동료와 할 수 있는 건 소규모 운동경기가 전부”라며 “이런 풍토에서는 돈이면 전부라는 생각만 더 팽배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기형적 공단문화, 노동자들 발돌려=이런 환경은 저임금 등 다른 요인과 맞물려 노동자들을 공단에서 몰아내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21일 밤 시화공단 일대 유흥가에서 만난 이해원(26·가명)씨. 강원도 영월에서 일자리를 찾아 시흥까지 온 그는 2년 전까지만도 시화공단에서 회로판을 조립하는 노동자였다. 지금은 정왕동 유흥가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한다. 월급도 월급이지만 공단 일대의 환경이 문제였다. 이씨는 “일하고 자고, 밖으로 나가봐야 술집이고, 그게 전부였다”며 “공단 노동자라는 건 그야말로 삶의 질을 포기하고 기계처럼 일만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공단의 한 부품회사에 다니는 이아무개(32)씨는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일하고 먹고 자는 것뿐”이라며 “영화라도 한 편 보려면 대전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한 후배는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갔다.
3년 전 구미공단의 전자업계 대기업에 입사한 이준일(31·가명)씨는 “처음 구미로 왔을 때 마땅히 할일을 찾지 못했던 아내가 한동안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의 아내는 공단 일대에서의 지루한 생활을 버티지 못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 6월께 회사를 그만뒀다. 지금은 경기도 분당에 살며, 한 중견회사에 다닌다. 연봉은 줄었지만 ‘문화’를 얻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노동자들은 물론 기업주들도 이런 현실에 불만이 많다. 열악한 공단환경이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벌인 공단의 문화복지 시설 수요 조사에서, 전국 공단 입주 기업 830곳 가운데 510사(61.4%)가 단지내 문화시설이 ‘매우 필요’하거나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815사 가운데 542사(66.5%)는 보육시설의 필요성을 꼽았다.
박삼옥 서울대 교수(지리학과)는 “현재 공단의 한계는 고용된 노동자 상호작용, 곧 노동자들이 만나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능이 마련돼 있지 않고, 문화복지 활동도 도시시설에 기대어 이뤄질 뿐, 공단에서 일하면서 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더는‘옛날의 공단’이어서는 안 된다”며 “그러려면 산학연 연계 개념의 집적단지에 생산자를 위한 서비스를 확충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006-12-28 한겨레신문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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